내가 생활 체육으로 검도에 입문한 지 대략 1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약 4개월 정도 시간이 흘렀다.
나뿐만 아니라, 두 아들 녀석도 이곡중학교 검도부에서 큰 아들은 3학년, 작은 아들은 1학년으로 재학하면서 선수로 훈련과 수련을 받고 있어, 명실상부하게 우리 집은 검도인의 집이라고 자부할 수 있을 것 같다.ㅎㅎ
그런데, 처음 시작할 때는 각종 검도에 관련한 도복, 호구, 죽도가 한 세트씩 밖에 없어서, 큰 문제가 없는 듯했다.
뭐, 도복은 옷장에 호구는 도장과 훈련장에 두고 있고 주말에나 가져와서 청소하고 다시 가져다 두기 때문에 상관이 없지만, 죽도는 집에서 개인적으로 연습하기 위해서 아이들의 죽도와 내가 사용하는 죽도와 여분으로 구입해 둔 죽도 들이 점차적으로 거실 한 구석에 지저분하게 쌓이기 시작한다.
나에게 가르침을 주는 많은 사부는 항상 죽도를 단순히 대나무로 만들어진 막대기가 아닌 실제 칼이라고 생각하고 다뤄야 한다고 말한다.
칼은 나를 지키기 위해서도 쓰이지만, 나를 벨 수 도 있는 무기이기 때문에, 집안에서 아무렇게나 굴러다는 모습이 예전부터 보기에 좋지 못했던 차에, 보기도 좋고, 검도인(?)의 집안처럼 있어 보이게 죽도 거치대를 만들어서 내 것과 아이들 것을 보관해 보기로 했다.ㅎㅎ
거치대를 만들기 위해서 이리저리 검색을 통해서 자료를 수집하려고 했으나, 대부분 가검(假劍) 등과 같이 장식(?)용으로 사용되는 가로로 눕혀서 보관하는 내용과 도장등과 같이 많은 수련생들이 있는 곳에서 사용되는 거치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어서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ㅠㅠ
문득, 당구장에 있는 큐(Billiard cue) 거치대처럼 만들면 조금 있어 보이고, 활용성도 높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3D프린터로 만들어 볼까도 생각했지만, 내구성과 크기도 문제이지만, 무엇보다 설치될 장소가 현관이어서 벽에 거치해야 되는 문제로 3D프린터는 패스하고 예전부터 해 보고 싶었던 목재를 이용해서 만들기로 했다.
재료는 목재로 이마트에서 파는 100x1000x10mm 나무 판 1개로 상단에 죽도 병혁(칼의 손잡이 부분) 걸이와 하단 발판을 만들고, 집에 고이 모셔져 있던 10x10x2400mm 각 목재로 하단 발판에 덧붙여 흘림 방지 턱을 만들 계획으로 진행했다.
공구는 지금까지 하나씩 모아 두었던, 바이스, 실톱, 야스리(연마용 줄), 전기 드릴 등이 사용된 것 같다.
본격적으로, 만들기에 한번 들어가 보자.
거치대가 설치될 장소는 현관 중문과 신발장 사이에 있는 공간이고, 길이가 대략 400mm 정도 되는 공간에 설치할 계획이기 때문에, 내 주력인 캐드를 통해서 잘린 나무판 크기에 맞게 죽도 병혁이 충분히 들어갔다 나왔다 할 수 있는 크기로 잡고, 코등이(칼 손잡이와 칼날의 경계에 있는 손 보호용)가 끼워진 상태에서 거치가 될 수 있도록 홈과 홈 사이의 공간도 만들어 주었다.
물론, 자르고 나서 후가공할 수 있는 크기를 마련해 둔 상태로 도면을 작성한 것이다.
총 5자루의 죽도를 거치할 수 있는 크기로 내가 사용하는 것과 아이들이 사용하는 죽도를 충분히 거치할 수 있게 했는데, 차후에 더 생기면... 뭐 그건 그때 생각하면 될 것이다.ㅎㅎ
어차피, 공간을 만든다 해도 한 자루 더 들어갈 수 있는 공간 밖에 없으니..ㅋ
중요한 건, 내가 가지고 있는 공구로 어떻게 구멍 홈을 만드냐가 중요하다.
처음에는 나무 판에 직접 스케치할까?라고도 생각했지만, 귀찮고 해서 출력된 도면을 나무 판 위에 붙인 상태에서 자르기로 했다.
이 방법은 자르면서 후회한 방법이다. ㅎㅎ 직접 판 위에 스케치해 놓는 것이 이리저리 제일 편리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나무 판과 출력된 도면을 바이스에 단단하게 물리고, 가지고 있던 실톱으로 열심히 톱질했다.
처음에는 톱 날 방향을 반대로 하는 바람에 조금 힘들었지만, 날 방향을 바꾸고 훨씬 수월하게 톱질할 수 있었는데, 문제는 톱 날 선정을 잘못하여, 원통 부분을 자르면서 애먹었다. ㅠㅠ
지금 사용한 톱 날보다 더 가는 톱 날을 사용했었어야 되었는데, 다 자르고 공고통을 뒤지니 떡 하니 나타난다.ㅋ
정말 열심히 톱질했다.
어릴 때, 아버지랑 산에 땔감용 나무를 자를 때 톱질 해봤지, 성인 되고 나서는 거의 톱질할 일이 없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팔에 힘이 들어간 것 같다.
자르면서, 전동 직쏘 하나 장만 하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이 들었지만, 꼴랑 요거 하나 만들겠다고, 몇만 원에서 몇십만 원이 되는 돈을 투자하기는 쫌 그렇다.ㅎㅎ
물론, 계속적으로 목공 재품을 만든다면 하나 장만하면 득이 되지만, 또 언제 사용할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그냥 몸빵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실 톱으로 대략적인 홈을 파내고, 거칠고 삐뚤빼뚤한 홈 표면을 매끄럽고,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서 정말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표면을 다듬었다.
톱으로 구멍을 만드는 것은 그냥 어린아이 장난 정도의 쉽고 가벼운 일이라고 느껴진다. ㅠㅠ
내가 가지고 있었던 야스리(표면 연마용 줄)는 세밀하게 연마할 수 있는 것이고, 크고 거친 표면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빠르게 잔머리를 굴렸다.ㅎ
굵은 사포(샌드페이퍼)를 이용해서 다듬어 볼까? 그러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팔이 남어지나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
그 와중에, 회사 사무실에 굴러다니는 소형 핸드피스(소형 연마용 가공기, 3D프린터 결과물 표면 가공용으로 주로 사용함)와 연마용 굵은 사포 부속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 내고 바로 사무실로 달려가 공구를 빌려서 위와 사진과 같이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사무실에 있던 핸드피스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제대로 성능을 발휘한 적이 없었는데, 뜻밖의 상황에서 제대로 된 성능을 발휘한 것이다. ㅎㅎ
점심 먹고 시작한 거치대 홈 만들기 작업은 해가 질 때쯤 완료되었다.
이제 마지막으로, 하단 발판 부분을 만들어 보자.
나무판의 크기는 상단 거치대의 크기와 동일하게 절단하고, 한쪽 끝 부분은 신발장 문에 간섭되지 않도록 잘라 낸다.
10x10x1800mm 각재를 발판 크기와 동일하게 절단하고, 줄과 사포로 거친 표면을 부드럽게 정리한다.
예전에 거실 좌식 테이블에 사용할 유리판을 구입하면서 유리 보호용으로 있던 10x10x1800mm 각재를 안 쓰고 보관하고 있었는데, 여기서 요긴하게 사용하는 것 같다.
이게 없었으면, 또 잔머리를 엄청 굴려야 했었는데, 그 수고를 한 번에 들어주었다.ㅋ
나무 판과 각재를 결합하기 위해서 바이스(클램프)로 단단하게 고정하고, 2개의 피스로 결합한다.
처음에 본드로 붙일 까 하다가, 나중에 교체를 염두에 두고 피스로 조립했다.
물론, 밑판은 드릴로 전체 구멍을 뚫고, 각재는 반 정도만 드릴로 구멍을 만들어서 피스가 들어가면서 나무가 쪼개지지 않도록 했다.
이 작업은 금방 끝났다. ㅎㅎ
깔끔하게 완성된 상판 거치대와 하부 발판이 장장 5시간 만에 완성이 되었다. ㅎ
참고할 심플이 없는 상태에서 오직 머릿속으로 그려진 형상을 단 한 번에 완성할 수 있는 나의 능력(?)에 나 스스로 감탄했다.ㅋ
예전에 몇 번의 DIY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실수와 실패가 있어서 작업 내내 걱정했었는데, 이번에는 성공적으로 작업이 된 것 같다.
하지만,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끝까지 긴장의 끈은 놓지 말자.
이제 마지막이 될 상판과 하판이 단단하게 고정될 수 있도록 L자형 브라켓을 설치한다.
집 구조상, 벽 쪽은 콘크리트 위에 타일 마감이 되어 있고, 옆 쪽은 압축 목재로 만들어진 신발장이 자리하고 있다.
타일과 콘크리트 벽은 콘크리트 드릴 비트를 이용하여 구멍을 내고, 피스용 앙카를 놓고, 피스로 고정하고, 나무로 된 부분은 드릴로 구멍을 살짝 내고, 피스로 L자형 브라켓을 고정했다.
타일 부분에 콘크리트용 피스를 이용해서 박아도 되겠지만, 혹시나 피스가 들어가면서 타일이 부서지면 아내에게 할 말이 없어지기 때문에 안전하게 구멍을 내고 앙카와 피스로 작업을 진행한 것이다.
그리고, 거치대 자체가 하중을 많이 받지 않기 때문에 이 정도의 고정으로도 충분히 버틸 수 있다.
상단 거치대 설치가 완성된 모습.
좌우 폭이 딱 맞게 들어가고, 미리 설치된 L자형 브라켓과 상판을 피스로 체결함으로써, 마무리되었다.
우측에 폭이 맞지 않는 부분은 미리 측정하여 절단하고, 자주 손이 가는 곳이기 때문에 손이 다치지 않도록 면취도 충분히 했다.
하부 발판의 최종 완성된 모습이다.
마찬가지로 좌우의 폭이 잘 맞게 들어가고, 우측에 있는 문이 거치대에 간섭되지 않도록 절단하고, 미관상 혐오감을 줄이기 위해서 모서리에 면취 했다.
공정상 큰 어려움이나, 힘든 것은 없었는데, 머릿속으로만 있는 생각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면서 작업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다시금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
내 직업이, 제품 형상에 대해서 설계를 하고, 작업 공정을 분석하여 도면을 작성하는 일이지만, 잘 만들어진 도면과 공정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맨땅에 헤딩한다는 느낌은 없어야 하는 것이 내가 일하는 분야인 것이다.ㅎㅎ
거치대 설치가 완료되고, 집에 있던 죽도들을 가져와 실제 거치한 모습이다.
처음 상상한 것처럼, 당구장 큐 거치대와 비슷한 느낌과 집안 분위기와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인테리어성 재료로 최대한 이질감 없도록 만들었다.
주말 오후 늦게까지 작업한다고, 쿵탕쿵탕 거리는 소리에 잔소리 없이 기다려준 아내 왈.. "움.. 괜찮네, 지금까지 만든 것 중에서 제일 나은 것 같다"라는 말은 한다.
그리고, 아이들도 멋지고 실용적일 것 같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ㅎㅎㅎ
이런 재미로 DIY를 하는 것인가?????
결산 :
목재 5,400원, L형 브라켓 2종 3,000원, 기타 경비(커피, 고통비) = 총 15,000원
작업시간 대략 6~7시간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됨.ㅋ)
2019년 11월 13일 최초 글 포스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