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검도 꿈나무들의 열정과 희망, 그리고 승자의 환호와 패자의 안타가운 탄식이 공존하는 제35회 추계 전국 중. 고등학교 검도 대회에 출전한 아들과 검도 부원을 응원하고, 같은 입장의 학부모님과 함께 정보를 교환할 목적으로 참관한 이번 대회를 소개해 본다.
한국 중. 고등학교 검도연맹이 주최하는 검도대회는 춘계와 추계 이렇게 두 번 있는 것 같다.
작년 추계와 춘계는 충북 청량에서 했었는데, 이번에는 집에서 가까운 거창에서 대회가 개최되었다.
작년 추계는 아들이 막 검도를 시작하는 단계여서 출전하지는 않고 경기 관전만 했고, 올해 춘계 대회 때부터 출전했는데, 거리가 멀어 갈 엄두가 나지 않았어, 참석하지 못한 것이 몬내 아쉬웠다.ㅎㅎ
지난 11월 2일부터 4일까지 거창스포츠센터에 있는 실내체육관에서 제35회 추계 전국 중. 고등학교 검도대회가 열렸다.
중학교 검도 개인전이 있었던, 2일이 금요일이어서 참석하지 못했고, 단체전이 있는 토요일에 우리 부부와 둘째를 데리고 찾아갔다.
참 오랜만에 화창한 가을 날씨를 보이던 날, 대구에서 약 1시간 정도 떨어진 거장까지 쉼 없이 달려 도착한 거창 실내체육관 밖에서는, 그동안 열심히 수련 기량을 최종적으로 점검하기 위해서 여기저기에서 우렁찬 기합소리와 발구름 소리가 우리를 반겨주고 있다.
맑은 가을 하늘을 보며, 이번 경기에 희망을 가져 본다.
실내 체육관 관람석에 올라가니, 개회식이 막 시작하려고 하고 있다.
이전까지의 대회는 이상하게 검도만 그런 것인지 아니면 다른 체육대회가 다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경기의 흐름을 끊고 중간에 개회식을 했었는데, 이번에는 경기 시작 전에 개회식을 했다.
솔직히 지금까지 경기 중간에 개회식에 대해서는 선수 당사자도 그렇겠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학부모도 솔직히 불만이었다.
한참 피치 올려서 몸이 풀어진 상태에서, 개획식이나 시상식 때문에 중간에 한번 쉬어버리면 그 리듬을 다시 찾는다는 게 솔직히 쉬운 일도 아니고, 특히나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에게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조금은 늦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이렇게라도 경기 시작 전에 개회식 진행을 앞으로도 계속 유지했으면 좋겠다.
체육관 앞쪽에 학교기가 없고 없는 아이들은 중학교 검도부이고, 뒤쪽 학교 기를 앞세우고 있는 아이들이 고등학교 검도부이다.
"필승을 다짐하는 학생들의 열기가 2층 관람석까지 전해진다"라고 입 발린 멘트를 날리고 싶지만, 웅성웅성.... 아이들 답게 그냥 시끄럽다.ㅎㅎㅎㅎ
어떻게 보면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각 학교 지도교사(부장) 선생님과 사범님, 학부모님들이 더 긴장하는 모습이다.
관람석 휀다와 벽에 붙여져 있는 현수막에서부터 응원은 시작된다. 대부분 비슷비슷한 멘트로 이루어져 있지만, 크기는 제각각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현수막 하나, 바로 아들 녀석이 다니고 있는 대구 이곡중학교 검도부를 알리는 현수막이다.
이전까지는 현수막이 없어서 못내 아쉬웠는데, 이번에 새롭게 하나 장만한 것이다. 크도 너무 크다.ㅎㅎㅎ 그래도 눈에는 제일 잘 들어와 학교를 홍보하는 데는 최상일 듯하다.ㅋㅋ
대구 이국중학교 검도부는 대구에서 유일한 검도를 정식 종목으로 운동부를 가지고 있는 학교이다.
예전에는 이곡중, 대건중, 서부중 이렇게 3개의 중학교에서 검도부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이곡중학교 단 한 곳 밖에는 없다.ㅠㅠ
비록 지금은 옛날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대구에서 최고의 실력과 인성, 그리고 화합과 선후배 간의 끈끈한 믿음과 사랑으로 대구 유일의 검도 명문이라는 자부심과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있고, 사기 충만한 검도부이다.
사실 실력과 승패는 중학교에서는 크게 중요치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명성과 명예, 사기진작에 있어서는 분명히 승률도 중요하다.
하지만, 앞으로 계속 검도를 지속가능케 하기 위해서는 부원, 선후배와의 유대관계를 돈독하게 하고 분위기를 만들어간다면, 자연스럽게 훈련도 재미가 있고, 능률도 함께 향상될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검도의 승률에 신경을 쓰고, 매 대회에 출전하고자 발버둥 치는 것은 고등학교 때부터이다. 그전까지는 기본 기량에 충실히 연습하는 것이 앞을 위해서 중요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이곡중학교 검도부가 가지고 있는 끈끈한 유대관계는 아마 그때부터 큰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전날 있었던 개인전에 아들인 상겸이는 1승 2패로 예선전에서 탈락했고, 3학년 주장이 조별 8강에서 안타깝게 탈락했지만, 전날의 설욕을 만회하기 위해서 개회식을 마친 후 바로 몸풀이 운동을 준비하는 이곡중 검도부원들이다.
비록 앳된 아이들의 얼굴은 웃고 있지만, 마음속으로는 엄청난 부담감을 안고 있을 것이다.
비슷한 시간에 도착한 학부모님도 아이들을 응원하고, 힘을 북돋아 주기 위해서 애쓰고 있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서 아낌없이 응원해주는 뒤에서 묵묵히 쳐다봐주는 모습은 아마 모든 운동부 학부모들의 마음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본격적인 몸풀이 훈련의 시작..
연습도 실전처럼, 박진감이 넘친다. 이렇게 연습하는 모습을 쳐다보고 있으니, 꼭 이번 추계대회 때, 우승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든다.ㅎㅎㅎ
화창하고 맑지만, 쌀쌀한 아침 공기를 뒤로 하고 항상 최선을 다하는 우리 "이곡중학교 검도부 파이팅" 이번에는 꼭 우승하자..ㅎㅎㅎ
경기장 들어가지 전, 사범님의 작전 회의..
어떤 말, 어떤 충고, 어떤 작전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범님을 믿고 따르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비장함이 느껴진다.
내가 좋아하는 "용사님" 울 둘째도 끝까지 책임지셔야 합니다.ㅎㅎㅎㅎ
더디어, 제35회 추계 전국 중학교 검도 단체전 경기가 시작되었다.
저마다, 가슴에 뜨거운 무언가를 안고, 혼심의 힘을 다해 갈고닦았던 기량을 4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모두 뿌릴 것이다.
뒤에 파란색 띠가 구미 형남중 검도부인데, 이번 35회 추계 중등부 검도 단체전 1위를 했다.
솔직히 기량면에서는 전국에서 손꼽힐 정도로 잘하기는 한다.ㅎㅎ
더디어, 이곡중학교 검도부가 출전한다.
상대는 전남 순천에 있는 왕운중학교, 실력으로는 이곡중학교와 비슷한 상대를 첫 상대로 만나 기대감을 높였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이번 시험에서는 "진다"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ㅎㅎ
우측에서부터, 선봉, 2위, 중견, 부장, 주장 순으로 출전하며, 상겸이는 중견으로 3번째로 출전한다.
출전 순서는 단체전 대결 상대를 추첨하기 전에 넣는데, 이는 대전 상대에 따라서 출전 순서를 마음대로 변경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인 것 같다.
검도 단체전에서 출전 선수들의 순서에 따라서 승패의 상황이 많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상황에 따라 변경하지 못하는 대진 순서는 어떻게 보면 실력과는 무관하게 운도 많이 따라줘야 하는 것 같다.
정말 잘 싸운 선봉 경기
허탈한 중견 경기
안타까운 주장 경기
결과는 1승 2무 2패, 예선전 탈락.ㅋㅠㅠ
뭐. 심판의 판정을 떠나서 이번 시합은 안타까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선봉은 승이고, 2위는 패 했지만, 1학년에 이번이 첫 출전이니, 패 했지만 너무 나도 잘 싸웠고, 중견인 아들 녀석은 1점을 먼저 득점하고도 상겸이는 득점한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그대로 2점을 내주며 졌다.
부장 경기 역시 빠른 몸놀림으로 상대를 공략했지만, 아쉽게 무승부로 끝나고, 1승 1무 2패의 상황에서 우리가 1승만 하면, 합계 득점에서 이기는 경기가 되었다.
마지막 주장 경기는 상대방 선수가 자기는 무승부만 되어도 팀이 이긴다는 것을 알기 때문인지, 적극적인 공격은 고사하고 방어와 회피로 일관하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정말 안타깝지만, 결과에 승복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깔끔하게 발길을 돌렸다.
마지막 경기가 된 검도부 3학년 수고했습니다.
이번 경기를 마지막으로 2018년도 이곡중학교 검도부의 공식적인 검도 대회는 끝이 났다.
정말 안타까운 것은 3학년이지 않나 싶다.
3년간의 중학교 검도부 생활을 뜻깊게 마무리하고자 했을 것이고, 산뜻한 마음으로 지원한 고등학교에서 새 마음, 새 뜻으로, 한 단계 더 발전적인 발돋움을 하고자 했을 것이다.
아무도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누구나 알 수 있었던 아이들의 마음을 알기에, 아무 말 없이 어깨를 토닥거리며, 그동안 수고 많이 했고 1학년과 2학년을 위해 솔선수범한 너희들이 대견스럽다는 말로 인사를 대신했다.
이름은 밝힐 수 없지만,
올해를 마지막으로 진학하는 이곡중학교 검도부 3학년 여러분 그동안 개인과 학교 그리고 검도부를 위해서 너무나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아낌없는 후배 사랑으로 멋 모르는 상겸이를 이끌어주셔서 더더욱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진학하는 고등학교에서도 지금과 같이 동기들과의 우애를 지키고, 한 단계 높은 검도로 지역 제패, 전국 제패 나아가 세계를 제패하는 검도인으로 발전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중학교 2학년인 상겸이가 검도를 시작 한지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기간 동안, 동/하계 훈련, 그리고 몇 번의 시(市) 대회와, 전국 대회에 참여하면서 검도에 대해서는 1도 몰랐던 녀석은 일취월장하여 손색(?) 없는 검도인으로써의 면모를 갖춰나가고 있다.
비록 매 대회나 경기에 좋은 성적은 나오지 않지만, 몇 년씩 수련을 통한 친구들보다는 단기간에 일정 수준까지 올려놓고 차근차근 연습과 실전을 통하다 보면, 임기응변도, 정확도도, 스피드 등 지금까지와 그렇듯이 앞으로는 더더욱 많은 부분들이 발전할 것이다.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지, 또 다른 한 해를 기대해본다. 파이팅!! 서상겸. 파이팅!! 이곡중학교 검도부
중견인 아들의 시합 장면
올해 3월 1일에 있었던 3.1절 대구시장기 검도 대회 때 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