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프라(GunPla)에 입문하다.

아마, 내 기억으로 초등학교 3학년쯤 부터인것 같다.
고향 마을에 있는 문방구에서 하나에 50원, 100원 하던(?) 플라스틱 조립 장난감을 부모님 몰래 하나씩 장만해서 학교를 마치고 집에들어와, 햇볕좋은 양지에 않아, 혼자 숨죽이며 만들었던 기억과 한번씩 엄마한테 걸려 참 많이 혼났던 기억도 있다.하하하

그리고, 중학교 3학년 때, 시골 촌락에서 대구로 유학오면서 부터 조금더 활발하게 프라모델에 대한 열정이 조금씩 과해지기 시작해서, 급기야 고등학생일 때 부터는 본격적으로 프라모델러로서 그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조립후 장식으로 만 만족하다가, 어느순간부터 내 주위에는 피스(에어브러쉬), 콤프레샤, 각종 프라모델용 도료, 붓, 퍼티, 각종 니퍼와 표면가공용 줄과 센드페이퍼, 심지어는 변형을 위한 소형 핸드드릴까지 갖춰져 있었고, 작품 하나를 완성하는데 짧게는 수 일에서 많게는 수 개월까지 짬나는 시간을 투자하면서 프라모델이라는 세계에 푸~~욱 빠지게 되었고, 더 나아가 하나의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서 디오라마까지 손을 뻗치며, 궁극의 모델러로 한창 주가를 높일 때가 있었다.

몇년이 지났을까? 캐드와 3D그래픽에 입문하고, 직업으로 변하면서 부터였을까? 아니면, 집사람과 연애를 시작하면서 거의 동시에 시작한 사진이라는 취미에 또 입문하면서 부터인지는 정확하게 기억이 나질 않치만, 대략 그시기인것 같다.
그렇게 없이는 죽고도 못살 것 같았던, 프라모델, 디오라마의 세계에서 발을 빼기시작한 것이.ㅋ

그리고, 결혼하고 가장이라는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짊어지고 있어서 인지, 특별하게 다시 해보고 싶다는 생각 없이, 토이월드에 들어가서 수십가지 프라모델과 각종 디오라마 셋트를 보면서도 그냥 무미건조하게 나와는 상관이 없다는 듯 지나치며, 그래 한때는 좋아했었지 라고 생각하며 지내온것 같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불현듯 찾아온 유혹....

지금까지 그토록 외면하며 지내온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내 기억 저편에 잠들어있던 본능이 하나둘씩 감각을 세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지금까지 희뿌연 안개속에서 보이지 않았던 모습들이 너무나 선명하게 나에게 다가오는 감정의 느낌은 주체하기 힘든 쓰나미가 되어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나의 아이들이 자리하고 있다.

불현듯 어느날 갑자기, 그 옛날 어릴쩍의 모습이 그려지는 순간, 한달음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나는 아이들에게 하나의 특별한 선물을 사주었다.

건담 프라모델 [Gundam plamodel, ガンプラ, ガンダム プラモデル], 일명 건프라(Gunpla)[각주:1] 아이들에게는 다소 높은 난이도의 프라모델을 선물해 준것이다. 나 또한 초창기 딱 두번 만들어보고 지금까지 단 한번도 시도해보지도, 관심도 없었던 모델을 아무런 꺼리낌없이 선물했다.

지금까지 레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큰 아이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였던 모양이다.
둘째아이는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첫째 녀석은 정말 좋아하는 모습을 지겨보고 있는 나로서는 참 행복한 순간이였다.

또한, 옛날 나의 모습과 오버랩 시켜보면서, 그 때는 왜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말렸는지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모습을 보면서 조금은 섭섭하다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다.

장장 6시간에 걸쳐 완성된 GN-002 Gundam Dynames의 완성된 모습을 보면서 아이도 좋아하지만 나 또한 속으로는 참으로 많이 좋아했다.
프로모델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공구 조차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처음 입문하는 큰 아이에게는 너무나 힘든 상대라서, 아이가 옆에서 필요한 부품 번호를 불러주면 내가 손톱깍기를 이용해서 적절하게 분리시켜 연필깍기 칼을 이용해서 표면을 다듬어 주면, 아이가 조립하는 형식으로 만들어가면서 오랫만에 이런저런 이야기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 듯 했다.

 

이제 시작이다.

나의 한때 즐거움이였던, 프라모델이라는 세계에 내가 아닌 나를 닮은 아이가 나와 비슷한(?) 생각으로 입문한 것이다.
나와 다른 점이 있다면, 아이는 유 경험자의 든든한 뒤 배경을 두고,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만들어 볼 수 있다는 것.ㅋ

조만간, 또 다른 건프라를 선물해 줄 계획이다.

그 때는 조금더 나은 장비(?)와 함께, 서로 의견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을 상상해 본다.
그리고, 지금보다는 고학년이 되고 손의 컨트롤이 좋아지고 섬새해지는 시점에서, 예전에 내가 해왔던 것처럼 피스(에어브러쉬)를 이용한 도색과 줄눈 먹이는 방법등등 전수해주고 싶은 생각에 벌써부터 마음이 들떠는 것 같다.

조만간 대구 칠성시장에서 각종 문구와 프라모델을 도매하는 곳을 함께 찾아가서 이런저런 재미있는 아이쇼핑하는 즐거움도 함께하고 싶다. 장래 로봇 개발자 라는 원대한 꿈을 위해.

 

  1. 일본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機動戦士ガンダム, Moblile suit Gundam: 1979년부터 일본 선라이즈사가 제작한 로봇 애니메이션) 시리즈에 나오는 로봇과 기타 메카닉을 프라모델로 만든 제품군을 통틀어 말한다. 제품의 대부분을 일본 완구업체 반다이 사에서 제작, 판매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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